“이제 내 나이 환갑을 당하니 남은 날이 적고 (…) 세월이 더 가면 내 정신과 근력이 지금만도 못할 듯하여, 조카의 청을 따라 내 겪은 것을 알게 하니, 감격하여 쓰긴 하지만 내 쇠약한 정신이 지난 일을 다 기록하지 못하고, 그저 생각나는 대목만 쓰노라.”(《한중록》, 문학동네, 2010)
혜경궁 홍씨는 영조의 며느리이자 사도세자의 아내, 정조의 어머니로 가장 혼란했던 조선의 왕실을 버텨낸 여성이다.
1. Life
혜경궁 홍씨는 1735년에 태어나 1815년에 사망했다. 아홉 살에 영조의 둘째 아들의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입궁했고, 열 살이 되던 해에 혼인했다. 그는 열여덟 살에 훗날 정조가 되는 아들을 낳았다. 왕실의 세력 다툼과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1763년 7월, 영조가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임오화변’이 일어난다. 남편이 죽자 스물아홉 살이었던 홍씨 또한 친정으로 쫓겨났다. 홍씨는 영조가 죽은 세자를 복권한 뒤에 어린 아들과 함께 궁궐로 돌아온다. 1776년에 정조가 즉위한 뒤 그녀는‘혜경’이라는 새로운 궁호(왕실에서 불리는 이름)를 얻었다. 정조가 이르게 사망하며 지위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친손자인 순조가 즉위하며 죽을 때까지 궁궐에서 지냈다.
2. Writing
혜경궁 홍씨의 유일한 저작인 《한중록》은 1795년, 그녀의 환갑 때 처음 쓰인 회고록이다. ‘한중록’은 ‘한(恨)의 가운데에 쓰인 기록’ 혹은 ‘궁중에서 한가하게 쓴 기록’이라는 의미다. 총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입궁해 왕세자와 결혼하고, 왕에 의해 남편을 잃고, 아들을 왕위에 올린 그녀의 삶은 조선시대 궁중 정치의 핵심 그 자체였다.
제1편은 유년 시절에서부터 시작해 궁에서 지낸 약 50여 년의 세월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한중록》 제1편은 친정 조카의 부탁으로 쓰였다. 2~4편은 원래 계획된 글이 아니었다. 나머지 세 편은 순조 즉위 이후에 쓰였고, 1편과 달리 임금이자 친손자인 순조를 향해 정조가 멸문시킨 친정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임오화변의 전말을 밝히는 데에 집중한다.
《한중록》이 혜경궁 홍씨가 자신의 기억을 서술하는 방식은 장편소설의 서사가 전개되는 것과 유사해 흥미를 유발한다. 생동감 넘치는 구체적인 서술과 풍부하고 직접적인 감정 묘사가 특징이다. 다양한 속담을 빗대어 비유하거나 다른 한글소설의 내용을 인용하여 논지를 어필하기도 한다. 《한중록》은 사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문예적 가치 또한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중록》은 사도세자의 죽음부터 정조의 통치에 이르는 조선 정치의 핵심을 밀접한 관찰자, 혹은 당사자로서 기억하고 기록한 중요한 글이다. 더불어 여성이 쉽게 글을 배울 수 없었던 조선시대에 쓰인 여성의 글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Reference
《한중록》(서문당, 1975)
《한국고전문학7 : 한중록》(명문당, 1994)
《한중록》(서해문집, 2003)
《한중록》(현암사, 2009)
《원본 한중록》(문학동네, 2010)
《한중록》(문학동네, 2010)
《한중록》(SR&B, 2016)
《한중록》(한국톨스토이, 2019)
《초판본 한중록》(더스토리, 2020)
《한중록》(스타북스, 2023)
《한중록》(종합출판범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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