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ration
Comfort Meets Cool: Q1 2024 Bestsellers from Korea
익숙함이 곧 트렌드가 된, 2024년 1분기 한국문학 베스트셀러를 만나보세요.
2024년 상반기 한국 문학은 ‘익숙한 것들’을 향한 독자들의 선택이 이어진 해였다. 주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한국 문학 중 2024년에 출간된 도서는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 한 권 뿐이었으며, 이마저도 2023년 주요 베스트셀러 중 한 권이었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후속 시리즈였다.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문학 도서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올해 들어 새롭게 주목받은 화제의 도서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출판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검증된 작가, 개정판 출간, 시리즈 도서처럼 이미 성공이 한 차례 증명된 도서들을 중심으로 한 ‘안전한 선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은영 작가는 ‘믿고 보는 작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작가의 전작인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에 이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최은영 문학’의 저력을 과시했다. 전작들을 통해 증명된 작가의 문학성이 공고한 팬덤을 형성했고, 이로써 신작을 내면 평단과 시장의 주목을 동시에 받는 대표 소설가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처럼 이미 증명된 작가의 신작이 사랑받는 현상은 신진 작가가 등장하기 어려운 출판계의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신진 작가의 소멸 뿐만 아니라 문학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경향의 소설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도 최근 문학 출판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대신 과거작에 새로운 표지와 편집만 덧입혀 개정판으로 재출간하는 일이 늘었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른 양귀자의 <모순>(2013)은 1998년에 최초 출간된 작품이고 13위에 오른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2023) 역시 2015년에 처음 출간된 소설이다. 2017년 출간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2023) 역시 지난해 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
이외에도 <불편한 편의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어서오세오 휴남동 서점입니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처럼 일상 속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이른바 ‘힐링소설’들이 몇 년째 베스트셀러 목록을 공고히 지키고 있는 것 역시 하나의 경향이 됐다.
익숙하고 오래된 소설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계속되는 출판시장의 침체가 한몫을 했다.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인기작이나 인기 작가의 작품을 다시 선보이는 것이 적자를 줄이고 판매를 이끌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집필자 한소범
한국일보 기자. 문학 전문 뉴스레터 ‘무낙’을 연재하며 다양한 서평 기사를 썼다.
-
Curation
Even If the Earth Should Perish
멸망한 지구가 오더라도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과 동물과 식물이, 지구와 내가 연결되어 있어서 나 혼자만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함을 지독한 대가를 치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일상을 회복한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편리함과 빠른 속도가 다시 불편함과 느림을 이기려고 드는 사이, 지구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빙하가 녹고 생태계가 무너지고 생물종의 다양성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기후 위기를 나의 문제이자 우리의 문제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지면에서 소개하려는 문학 작품들은 그런 고민과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와 소설 작품들, 더 나아가 기후 위기 시대에 돌봄의 문제를 고민하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고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의 지구에서 함께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24
공현진의 소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는 성인 기초 수영반에서 늘 꼴찌인 곽주호와 문희주를 통해 늘 남보다 앞서려고 드는 우리의 욕망과 그 욕망이 망친 세상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꿀벌이 실종되었다는 기사가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희주와 주호는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 다른 이를 짓밟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멸망하는 세상에서라도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고 그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이와 “갈 수 있는 만큼” 가 보려고 한다. “같이 잠기고 같이 사라지는 것. 그런 것도 사랑이라고” 이 소설은 말한다.
정세랑, 「리셋」, 『목소리를 드릴게요』, 아작, 2021
정세랑 작가의 SF 소설집 『목소리를 드릴게요』에 실린 단편 「리셋」은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지렁이가 내려와 인류의 문명을 무너뜨리고 갈아엎는 이야기이다. 미래에서 거대 지렁이들을 내려보내 콘크리트 빌딩과 방만한 도시를 무너뜨림으로써 지구의 멸망을 늦춘 과학자의 이야기는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상상해 보게 한다. 리셋된 지구에서 인류는 더 이상 다른 종을 지배하지 않고 기분 나쁜 풍요 대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김선우, 『내 따스한 유령들』, 창비, 2021
김선우의 시집 『내 따스한 유령들』은 단호한 목소리로 그만 멈출 것을 명령한다. 욕망을 멈출 줄 몰라 구제 불능이 되어버린 지구 환경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김선우의 시는 지금이야말로 멈추어야 할 때임을 경고한다. 생명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 없이 살처분 당하는 동물의 현실은 머잖아 인간을 향할 것이다. 김선우의 시는 기후 위기 시대에 시가 할 수 있는 몫은 대신 “울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시가 그리는 취약한 이들의 공동체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해 보게 한다.
문태준, 『아침은 생각한다』, 창비, 2022
문태준의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는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느린 여백의 시간을 체험하게 해 준다. 문태준 시의 세계는 위계가 있는 세계가 아니라 나란히 함께 있는 연대의 세계이다.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상상하게 함으로써 문태준의 시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게 한다. 문태준의 시를 읽으면 우리가 개개의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된다. 산과 들을 누비며 꽃과 나무와 새와 더불어 자란 시인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세계를 이 시집에서 만나보기 바란다.
김혜순,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문학과지성사, 2022
그리핀 시문학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는 어머니의 죽음과 지구의 죽음이 동시에 담겨 있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경험과 팬데믹의 경험을 통해 김혜순 시인은 슬픔의 연대를 상상한다. “외출을 할 땐 얼굴의 구멍을 다 막”아야 했던 팬데믹의 시절을 통과하며 도처에 널려 있는 죽음을 실감해야 했던 시인은 “인류의 멸종을 가동한 상영관”으로 지구를 호명한다. 죽음으로 인한 부재, 그 상실감이 함께 눈물 흘리는 슬픔의 연대를 생성해 낸다.
이경수 집필
문학평론가, 중앙대 교수. 199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주요 저서로 『불온한 상상의 축제』, 『한국 현대시와 반복의 미학 』, 『바벨의 후예들 폐허를 걷다』, 『춤추는 그림자』, 『이후의 시』, 『너는 너를 지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다시 읽는 백석 시』, 『백석 시를 읽는 시간』, 『아직 오지 않은 시』 등이 있다.
-
Curation
The Pulse of Korean Literature: New and Timeless Releases for January-February
박동하는 한국문학, 새롭고 또 여전한 1~2월 신간도서입니다.
「KLWAVE에서는 해외 독자들에게 다양한 한국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신간 소개 콘텐츠는 2024년 1월, 2월에 출간된 작품 중 국내 서점 교보문고의 ‘이달의 책’과 알라딘의 ‘마법사의 선택’에 게재된 작품을 소개합니다.」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작가들부터 이 시대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었던 1~2월 신작 중 몇 가지 작품에 주목하여, 각자만의 방식으로 독자의 마음에 안착할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하려 한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며 소개된, 시간이 지나도 굳건한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가 산문집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전 국민의 “풀꽃 시인”이자 BTS의 추천으로 해외 독자들에게도 유명한 나태주 역시 담백한 진심을 담은 산문집 『좋아하기 때문에』를 출간했으며, 첫 시집으로 100만 부를 판매하며 1980년대를 뒤흔들었던 노동 시인 박노해까지 첫 자전 수필 『눈물꽃 소년』으로 돌아왔다.
묵묵하게 자신만의 견고한 소설 세계를 구축해 가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두드러졌다. 최진영 작가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며 문학계를 휩쓸었던 『이제야 언니에게』, 『해가 지는 곳으로』에 이어 신작 『오로라: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로 돌아왔다. ‘빛의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은 십 년 만에 다시 묶은 첫 소설집 『폴링 인 폴』 개정판으로 오랜 독자들과 새로운 독자들 모두에게 인사를 전했다.
한편 지금, 이 순간 가장 꾸밈없는 감각으로 써 내려간 진솔한 이야기들도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구독자 140만 명 ‘빠더너스’ 크리에이터 문상훈의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은 발간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을 뿐만 아니라 출간 후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밀리언 셀러 작가 이기주는 『보편의 단어』에서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도록 하는 것을 고찰하며 전작 『언어의 온도』의 인기를 이어간다.
유혹적인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며 ‘역시나’ 사랑받는 작품들도 있었다. 저마다의 아픔과 상처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연대와 자유, 그리고 그 끝에 가닿을 희망을 발견하는 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재탄생함에 따라 다시금 집중받고 있다. 국내 베스트셀러 도서에 등극할 뿐만 아니라 영미권 포함 28개국에 수출되었던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힐링 소설’ 대표 주자로서의 저력을 보여주었으며, 신작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으로 환상적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
Magazine
Take a Brief Moment Breaking away from the Calculations of Productivity and Efficiency
휴식, 생산과 효율의 계산식에서 벗어나기
[Korean Literature Now] Breath, Respite, Emptiness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우리는 생산성과 효율의 복잡한 계산식에서 고민하던 삶을 멈춰보자고 제안합니다. 잠시 서서 숨을 고르고, 삶을 가득 채웠던 것들을 비워내자는 목소리들을 전합니다.
숨, 휴식, 빔을 주제로 한 KLN의 봄호에서는 윤경희 평론가, 민병훈 작가, 그리고 주민현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온 여름,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았던 곰팡이와 공존하게 된 윤경희 평론가의 깨달음을 담았습니다. 일에서 최선을 다하듯 휴식에서도 최선을 다한 적 있냐는 민병헌 작가의 물음은 휴식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탐구로 이어집니다. 주민현 작가는 매일을 가득 채운 경쟁에서 벗어나 스스로 고독해지고,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을 제안합니다.
숨 쉴 틈 없이 바삐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 삶을 일시 정지하고, 잠시 쉬었다가 가면 어떨까요? 문학이 전하는, 그리고 문학을 통한 휴식을 느껴보세요.
그 밖에도 KLN의 봄호에서는 최은미 작가의 인터뷰와 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더불어 북마크 작품으로 임솔아 작가의 <신체 적출물>, 윤해서 작가의 <재현과 현시>, 시인 이민하와 황유원의 작품을 만나볼수 있으며, 고전 문학 작품으로 <운영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눈과 사람과 눈사람》 삶을 직시하고 온몸으로경험하는 작가 임솔아의 첫 소설집. 시적인 문장 안에 진중한 사유를 함축하여 한국문학의 깊이를 더하는 임솔아의 작품세계를 단편집으로는 처음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다. 임솔아가 고르고 골라 배치해둔 단어들은 시어와 같은 무게를 지니고 문장과 문장 사이를 말해지지 않은 의미로 고요히 채워가며 자신만의 독특한 울림을 발산한다.
《미기후》 “미기후”는 아주 작은 범위 내의 기후를 일컫는 말로서, 흔히 지면에서 1.5미터 정도 높이까지를 측정 대상으로 한다. 좁은 구역마다 서로 다른 기후를 지닌다면, 이 기후를 느끼기 위해선 직접 구역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이다. 이민하의 시집에서 ‘미기후’의 체험은 각자 ‘피의 날’이라고부를 만큼 폭력적인 시간들을 견뎌온 여성들이 주변의 “어딘지 낯익은”(「문학개론」) 서로를 발견할 때 시작된다.
《하얀 사슴 연못》 꾸준하게 단단한 사유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감성적 언어가 고요한 음악이 되고, 감각적 이미지가 순백의 풍경이 되는 서정의 신세계를 제시한다. 또한 자연(사물)을 순수한 관념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한국적 모더니즘의 고전 반열에 오른 정지용의 『백록담』(1941)을 시집 곳곳에서 오마주해 눈길을 끈다. 이 시집에는 현대문학상수상작이자 표제작 「하얀 사슴 연못」을 포함하여 55편의 시를 실었다.
《세상의 모든 최대화》 제3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가 출간되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데뷔하여 남다른 사유의 깊이와 언어적 발랄함으로 주목을 받아 온 황유원 시인의 첫 시집이다.
-
Curation
Five Korean Books Anticipated by KLWAVE Users
KLWAVE 독자들이 보고싶어하는 작품 5종
소설가 황석영이 영국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황석영 작가의 장편 소설 ‘철도원 삼대’ 영문판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출판 지원을 받아 2023년 ‘마터 2-10 (Mater 2-10)’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2016년 한국 소설 최초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세계 속 한국 문학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아직 번역서가 출간되지 않은 문학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소개되는 작품들은 한국문학번역원의 KLWAVE에서 세계의 독자들이 번역서 출간이 기다려지는 작품을 직접 투표하여 선정되었습니다.
흥미진진하고 섬뜩한 미스터리 스릴러부터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성장 소설까지. 각국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 다양한 이야기들에 주목합니다.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키며 생동하는 한국의 소설들이 더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길 기대합니다.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제인도
미스터리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 소설에 도전하고 있는 작가 제인도의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는 출간 전부터 영상화가 확정될 만큼 기대를 받았던 화제작이다. 작가는 순식간에 빨려들고 말, 치밀하게 설계된 반전 가득한 이야기로 독자를 초대한다. 효신은 남편의 시체를 유기한 이후, 보험금을 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날만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남편의 사망 선고가 내려진 날, 효신 앞에 자신이 죽은 남편 재우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렇게 효신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상한 남자와의 혼란스러운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속고 속이며, 배신하고 복수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1부에서는 효신의 시점으로, 2부에서는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재우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정세진
다시 한번 펼쳐진 정세진만의 기발한 세계. 상식과 현실을 뒤집었던 첫 번째 소설집 <나는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에 이어 정세진 작가의 마술 같은 두 번째 소설집이 발표됐다. 단편 소설 일곱 권을 묶은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는 기분 좋은 충격과 반전으로 가득 차 있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100억 원 대의 유산과 스물여덟 구의 시체들을 발견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인 <숲을 벗어나려면 다른 길로 가라>부터, 월드스타를 모방하는 이미테이션 아티스트가 되도록 육성받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까지. 작은 이야기들은 분명 서늘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했다. 이토록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매혹적으로 우리의 감각을 뒤틀고, 자극하고 있었다.
<범람주의보> 설재인
언젠가부터 장마가 길어진 서울의 2023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이면을 응시하는 설재인의 <범람주의보>가 발표됐다. 소설에서 사람들은 1년 내내 비가 내리는 서울을 배경으로, 신체가 비에 젖지 않도록 돕는 장치 ‘누비스’와 함께 살아간다. 계속 비가 내리는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수 시스템 ‘누비스’는 오염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것이라고 믿어졌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혜인의 할아버지는 그 믿음 밖에 있다. 할아버지가 데려간 통협동에서 혜인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서울의 이면을 마주한다. 독자는 가려진 공간에 대한 혜인의 자각, 그리고 누비스 밖에서 비를 맞으며 생활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불편하고 슬픈 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평범함에 가려진 존재들과 기꺼이 이들을 위하는 이들의 작은 몸짓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을 기다려> 이옥수
이옥수 소설가의 <바람을 기다려>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성장기 소녀가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되고, 사랑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여정을 담았다. 중학생인 한강은 이모와 한 달 동안 인도여행을 떠난다. 사람들이 손으로 밥을 먹고, 시체를 태워 흘려보낸 갠지스 강가에서 목욕을 하기도 하는 인도는 한강이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세계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한강은 사랑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었고, 발자국이 남았다 바람이 불면 사라지기도 하는 인생에 대하여 깨닫게 되기도 했다. 먼 나라에서 우연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한강의 이야기는 크고 작은 비밀로 가득한 세상에서의 우리를 바라보게 했다. 한강에게 그랬듯, 독자에게도 언젠가 비밀 건너의 진실을 바라보고, 사랑을 발견하는 바람이 불 것이다.
<2084 지구 난민> 송정양
"2084년, 지구는 그렇게 멸망했다."
곧 멸망할 지구를 떠나 난민이 된 가족의 우주 표류기를 담은 송정양 작가의 <2084 지구 난민>. 초록별이었던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모래만 남은 황색별로 변해버렸다. 강산은 우주에서 두 번째 지구를 찾아 정착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고, 지구 난민촌을 거쳐 화성에 착륙한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지구 난민에 대한 상상력은 더 이상 고칠 수 없어진 미래의 지구를 먼저 체험하게 하면서, 누구나 언제든 우리 별을 잃는 기후 난민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구인의 지구 탈출기는 하루하루 환경 오염이 심해지는 지구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상 기후와 지구 온난화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오늘의 인간 생존과 관련된 문제임을 바로 보게 한다.
-
Curation
Seoul in K-Literature: The Past Edition
서울이 소개되는 한국문학: 과거편
한국문학번역원 소셜 미디어 투표를 통해 독자들이 가장 알고 싶은 한국문학 콘텐츠 주제로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한국의 명소, 음식, 문화 등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 들을 위해 KLWAVE가 준비한 첫번째 콘텐츠는 “서울이 소개되는 한국문학” 입니다.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담은 시리즈물로 이번에는 서울의 과거 모습을 담고 있는 한국문학 작품을 소개합니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문학과지성사(한국), 2005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하루동안 서울을 산책하는 일이 곧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줄 수도 있는 방법임을 보여준다. 마치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 하루동안 런던의 압축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것처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한 사람의 하루를 통해 서울 전체의 압축적인 풍경을 풍요롭게 보여준다. 소설가의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묘사해낸 서울의 풍경은 매혹적이면서도 아름답다.
박완서, <나목>, 세계사(한국), 2012
<나목>은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여주인공의 어머니는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 오면서 어떻게든 ‘내 아이를 서울에서 키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난한 살림을 책임졌지만, 아들과 딸은 어머니의 꿈처럼 행복하지 못했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의 만남을 통해 여주인공은 삶의 희망을 얻는다. 제목인 ‘나목’은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라는 뜻이다.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문학과지성사(한국), 2019
<서울 1964년 겨울>은 이제 막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 남자의 우연한 만남은 그들의 외로움과 불안에 대해 서로 공감하는 계기가 되지만, 그 중 한 남자의 비극적인 결말을 막지는 못한다. 급속한 산업화가 지속될 수록 더 깊은 불안과 외로움을 느끼는 서울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애란, <달려라 아비>, 창비(한국), 2019
<달려라 아비>에 수록되어 있는 “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매일 편의점에 가며 음식을 비롯한 각종 상품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서울의 젊은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24시간 편의점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도시인데, 그토록 흔한 편의점에 매일 들른다는 것은 처음에는 ‘나는 서울 사람’이라는 안도감(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가장 풍요로운 도시라는 점에서)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편의점에 매일 가는 사람들은 가장 외롭고 불안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가슴 아프면서도 리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문학과지성사(한국), 2006
<달콤한 나의 도시>는 서울에 살고 있는 젊은 여성이 사랑과 결혼, 우정과 성공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지만 자주 좌절하고 외로워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모두들 화려한 성공과 달콤한 사랑을 꿈꾸지만, 직장에서도 연애에서도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하는 모습,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청춘의 성장소설처럼 다가온다. 서울의 온갖 화려한 문명, 상품, 소비를 향한 유혹이 잘 묘사되어 있다.
정여울 집필
KBS라디오 '정여울의 도서관' 진행자.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살롱드뮤즈' 연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문학이 필요한 시간>,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여행의 쓸모>, <공부할 권리>,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헤세로 가는 길>, <내성적인 여행자>, 저자. 정여울의 책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는 베트남어와 중국어로,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인도네이사어로, <끝까지 쓰는 용기>는 중국어로 번역되었다. -
Curation
드라마화 된 K-소설
En l’espace de quelques années, le terme de « drama-seller » (romans devenus des best-sellers grâce aux dramas) a connu une fortune étonnante. Cela faisait déjà des décennies que films, dramas, et autres productions cinématographiques étaient fréquemment adaptés d’œuvres littéraires, mais il était rare jusqu’alors de leur voir exercer une telle influence sur le marché du livre.Avec le succès grandissant du secteur des webtoons (BD en ligne), le nombre d’adaptations auxquelles ils donnent lieu ne fait qu’augmenter ; les romans restent néanmoins un abondant vivier d’histoires pour les scénarios. Les temps sont révolus désormais où seuls les romans d’amours se prêtaient aux adaptations cinématographiques : avec les progrès de l’infographie, même des genres comme les thrillers ou la science-fiction (notamment les voyages dans le temps) peuvent être adaptés en séries télévisées – et le succès est au rendez-vous. Lire des romans coréens, c’est obtenir en quelque sorte un aperçu des dramas de demain.À l’heure où les plateformes de streaming internationales comme Netflix facilitent la diffusion des histoires coréennes dans le monde entier, la littérature de Corée semble destinée à éveiller l’intérêt d’un nombre croissant de créateurs. On peut s’attendre à ce que l’expansion du marché des productions cinématographiques aille de pair avec une importance grandissante de la littérature coréenne.
Joo Youngha, "La bataille du bonheu", Gozknock Entertainment (Corée), 2023
Le drama Sky Castle, qui a connu un succès sans précédent, montre de manière provocatrice toute l’obsession de la société coréenne pour la réussite scolaire, ainsi que les dérives sociales qui en résultent. On retrouve ce côté provocateur, encore exacerbé, dans le roman (traduit en français sous le titre Plus heureuse que moi, tu meurs) de Joo Youngha : l’auteur nous donne à voir une véritable compétition de bonheur entre des personnages qui en ont pourtant à revendre. Les armes de ce combat ? Les plus terrifiantes qui soient : les réseaux sociaux. Dans la tour d’immeuble la mieux cotée de Gangnam, High Prestige, Kang Do-jun est retrouvé un couteau planté dans le dos, à moitié mort ; le cadavre de sa femme Oh Yu-jin est suspendu à la balustrade du balcon. Jang Mi-ho reconnaît dans la victime de cette affaire une amie d’enfance, avec qui elle a perdu contact depuis dix-sept ans. Inséparables au lycée, les deux femmes se sont éloignées suite à un incident. Poussée par la culpabilité, Mi-ho décide d’enquêter sur la mort de son amie. Elle découvre que Yu-jin s’est livrée à une « bataille de bonheur » sur les réseaux sociaux avec d’autres mères envoyant leurs enfants dans une école maternelle de langue anglaise. Au fur et à mesure qu’elle démêle l’écheveau, Mi-ho révèle une terrible vérité.
Lee Hyuk-jin, "Comprendre l’amour", Mineumsa (Corée), 2019
"Comprendre l’amour" de Lee Hyeok-jin explore avec panache la question de l’amour à travers un filtre rarement utilisé dans ce type de romans : l’argent et les classes sociales. L’histoire tourne autour de quatre personnages qui travaillent dans une banque, chacun d’une origine sociale différente : une employée en CDI, fille unique d’une famille riche, un autre employé en CDI d’origine modeste mais sorti d’une université de renom, une employée en CDD qui n’a pas fait d’études, et un agent de sécurité rêvant de devenir policier. Ce ne sont pas les sentiments du cœur qui régissent leurs relations amoureuses, mais bien plutôt les questions de milieu social et de profession. Ce roman décrit dans toute sa variété la gamme des émotions qui font l’amour : l’excitation et l’euphorie, certes, mais aussi les affres de la conscience, les sentiments d’infériorité, l’orgueil, la jalousie, l’envie. Une approche originale qui a su séduire les lecteurs. Une chose est sûre : il faudra attendre longtemps avant qu’une œuvre littéraire ne soit transposée au petit écran avec un tel brio.
San Kyung, "Reborn rich", Terracotta (Corée), 2022
Bien des téléspectateurs ignoraient que le drama "Reborn rich", sans doute le plus grand succès de l’année 2022, fût tiré d’un roman. Le websoseol (roman en ligne) de San Kyung, qui ne fait pas moins de cinq volumes dans sa version papier, a joui d’une immense popularité lors de sa parution en ligne, en 2017. On peut résumer l’histoire de façon très simple, d’après le schéma classique des « romans de réincarnation » : un employé d’une multinationale coréenne, ayant passé treize ans de sa vie à faire la sale besogne pour la famille à la tête de l’entreprise, meurt sous le coup d’une accusation injuste. Réincarné dans la personne du plus jeune petit-fils de la famille qui a causé sa mort, il mène un combat solitaire pour se venger en mettant la main sur toutes les possessions du groupe. Mais le roman a su allier le genre fantastique à la description extrêmement réaliste de chaque personnage : c’est sans doute là que réside le secret de son immense succès. Incidents, conspirations, stratagèmes et conflits de l’ombre se succèdent dans une tension permanente et viennent rythmer la lutte entre les héritiers de ce clan dont la richesse et le pouvoir démesurés ne sont pas sans évoquer la famille Samsung : une fois qu’on a ouvert ce livre, impossible de le reposer.
Kim Jinyoung, "Une maison avec jardin", Elixir (Corée), 2018
"Une maison avec jardin" raconte la rencontre fortuite de deux femmes et l’effet rédempteur qu’elle produit. Juran est femme au foyer et semble posséder la famille parfaite : un mari médecin, et un fils aussi beau qu’intelligent. Elle déménage dans une maison de rêve, mais remarque dans le jardin une drôle d’odeur, qui va devenir l’élément déclencheur de toute une série d’événements. Quant à l’autre femme, Sangeun, sa vie est à l’opposé : elle est accablée par la pauvreté et les violences conjugales. Lorsqu’elle parvient enfin à se tirer des griffes de son mari, elle est acculée par la police : c’est en rencontrant Juran par hasard qu’elle trouve le moyen d’échapper à ce piège. Le roman suit le cheminement de deux femmes qui n’ont rien en commun ; mais s’il parvient à maintenir la tension jusqu’à la dernière page, c’est qu’il adopte également la structure d’un roman policier, sur la piste d’un meurtrier. Le drama tiré du roman est une œuvre de haute volée, d’une beauté expérimentale rarement atteinte sur le petit écran en Corée : à ne pas manquer.
Chung Han-Ah, "Une étrangère si familière", Munhakdongne (Corée), 2017
Grâce au succès du drama Anna, le roman "Une étrangère si familière" est devenu contre toute attente un immense best-seller, plus de cinq ans après sa parution. L’histoire est centrée sur un personnage problématique : « Lee Yumi », devenue éditrice du journal des étudiants dans une université qu’elle n’a pas réussi à intégrer, enseignante de piano alors qu’elle n’avait jamais mis les pieds dans une école de musique, et médecin sans le moindre diplôme. Elle a également été l’épouse de trois hommes différents, et le mari d’une femme. Le narrateur, un romancier ayant renoncé à l’écriture, ressent une curiosité grandissante pour la vie de « Lee Yumi » : son enquête l’amène à reprendre la plume. Contrairement au drama, où le rôle principal, joué par Suzy, est celui de cette Lee Yumi qui vit sous le masque d’« Anna », le roman adopte le point de vue du narrateur romancier qui cherche à retracer la vie de cette femme mystérieuse. Le roman donne du relief aux multiples facettes de ce personnage à la vie truffée de mensonges : on pourrait y voir la satire de l’homme moderne, dans une époque où chacun vit derrière un masque, pris au piège du regard des autres et du souci de sa propre image.
Kim Seulgi
Journaliste dans la rubrique sport et culture du journal économique Maeil, Kim Seulgi est depuis 2012 responsable du domaine de la littérature et de l’édition ; elle rédige des articles de critique littéraire pour présenter les œuvres coréennes.
Traduit par Irène Thirouin (https://klwave.or.kr/klw/translators/133/IrèneThirouin/translatorsView.do)
Ancienne élève de l’ENS de Paris et du 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 à Séoul, Irène Thirouin-Jung est traductrice littéraire du coréen et spécialiste des transferts culturels entre la France et la Corée.
** Maisons d’éditions, agences littéraires et éditeurs peuvent consulter les informations concernant les droits d’auteur en cliquant sur le lien suivant : https://klwave.or.kr/klw/rights/43/publishersView.do
-
Curation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이 여전한 힐링 소설! 감동과 위로가 가득한 2023년 2분기 한국문학 베스트셀러를 만나보세요.
「KLWAVE에서는 해외 독자들에게 다양한 한국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도에는 한국문학 베스트셀러 작품들을 분기별로 소개합니다.KLWAVE의 2분기 베스트셀러는 2023년 4월부터 6월까지 국내 서점 두 곳과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제공하는 인기대출순위(4~6월)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정하였습니다.」
지난 분기와 마찬가지로 ‘힐링 소설’의 인기는 계속된다. 오래 전 출간됐지만 재조명된 작품부터 현재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수상작품집까지 다양한 도서들이 주목을 받았다.‘불편한 편의점’의 아성은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 역시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과 ‘불편한 편의점2’가 베스트셀러 1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여기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까지 베스트셀러에 신규 진입하며 이른바 ‘힐링 소설’을 찾는 독자들의 손길이 꾸준한 것을 알 수 있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2023 제14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도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출간돼 온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현재 가장 주목할만한 국내의 신진 소설가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대표적인 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분기 4위에 랭크됐던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이번 분기 종합 베스트셀러 2위로 2단계 상승하며 스테디셀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2004년에 출간됐지만 최근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후보에 지명되며 20년만에 재조명을 받았다.
에세이 분야에서는 유튜버 ‘여수언니’부터 배우 김혜자,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축구 지도자인 손웅정, 전 아나운서 손미나 등 유명인들의 저서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집필자 한소범
한국일보 기자. 문학 전문 뉴스레터 ‘무낙’을 연재하며 다양한 서평 기사를 썼다. -
Magazine
[KLN Summer 2023] The Face of Climate Grief
[KLN 2023 여름호] 기후 슬픔의 얼굴
Korean Literature Now Summer 2023 (Vol.60)
“여기 광활한 바다에는 몸 하나를 겨우 지탱할 수 있는 얼음 위에 북금곰이 놓여있다. 극지방에서의 기후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라오는 상실과 무력감은 ‘기후슬픔’으로 번지고 있다. 문학의 상상력은 인간을 넘어 미래로 뻗어나가며 ‘우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좁아지고 있는 일상의 자리에서 ‘우리’의 기후슬픔은 시차를 좁힐 수 있을까? ㅡ편집자 주 ”
기후 위기는 오랜 세월 대두된 문제입니다. 여러 매체와 단체들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이상 기온이나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난과 재해들이 기후 위기를 몸소 느끼게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전과 동일한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기후 슬픔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이어지는 KLN 여름호의 특집에서는 최정화 작가, 이원영 박사, 허희 평론가의 에세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최정화 작가의 글에서는 우리의 현재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으며, 이원영 박사의 글을 통해 기후 위기 현상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는 남극과 북극의 모습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 위기의 시대에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KLN 여름호 특집 중 하나인 허희 평론가의 글에서는 기후 위기 시대에서의 문학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위기의 시대.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본다. 소설은 관념으로 아는 것을 감정으로 알게 해준다. 생각으로 이해하는 것을 감각으로 느끼게 해준다. 뜨겁다,는 전망을 통증의 언어로 바꾸고 수치와 숫자로 가득한 예견에 일상의 디테일을 부여한다. 현실을 담아내고 미래의 현실을 보여주는 건 문학만의 역할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문학은 독자로 하여금 이 모든 것을 느끼게 함으로써 이전에 없던 감각기관을 갖게 한다. - KLN 편집위원 정용준, EDITORIAL”
그 밖에도 KLN 여름호에서는 나희덕 시인에 대한 인터뷰와 그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북마크 작품으로는 소설가 김성중의 <현남 오빠에게>, 소설가 정지아의 <자본주의의 적>, 시인 이영주와 김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고전 문학 작품으로 <최척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Curation
Must-Read Mysteries and Thrillers for Hot Summer Days
무더운 여름 꼭 읽어야 하는 미스터리/스릴러 작품을 소개합니다
한국 문학의 성수기는 여름이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문학 출판사들은 한 해 장사를 책임질 대형 소설들을 일제히 쏟아낸다.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소설 한 권쯤은 집어들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공항에서 우연히 찾은 서점에서도 소설을 한 권 사는 건 부담이 없기 떄문이기도 할 것이다. 김영하의 ‘작별인사’, 최은영의 ‘밝은 밤’,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같은 최근 3년 사이의 대형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과거로 돌아가도 정유정의 ‘28’ 등 많은 히트작이 여름에 출간되어 연말까지 꾸준히 팔리는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무엇보다 여름밤이 길고 무더운 한국 독자들에게는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만큼 읽기 좋은 장르 소설도 없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순문학에 편중됐던 한국 문학의 장르도 마침 다양하게 넓어지고 있다. 젊은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문장과 톡톡튀는 아이디어, 보는 이를 쥐락펴락하는 스릴까지 갖춘 미스터리, 스릴러 분야에서 올 여름에 새롭게 출간되는 신작 소설들을 소개한다.
<한밤의 시간표>, 정보라<한밤의 시간표>는 한국 SF소설 작가로는 최초로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신작이다. 이 책은 정체불명의 물건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상한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7편을 묶은 이 연작소설집이다. 한여름 밤 더위를 가시게 만드는 오싹하고 무서운 괴담이면서도 동시에 온기가 도는 이상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 특유의 저주와 복수의 테마를 담아 선악에 대한 엄정함뿐만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에까지 뻗치는 온정 어린 시선 덕분일 것이다. 무서운 이야기로 자아내는 기이한 위로의 소설인 셈이다. 정보라 작가는 “놀이동산 같은 작업이었다.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만조를 기다리며>, 조예은<칵테일, 러브, 좀비>로 젊은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조예은의 신작 소설이다. 경쾌한 호러 스릴러에 해피 엔딩 한 스푼을 곁들이는 특징으로 ‘조예은 월드’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작가다. 이 소설은 주인공 정해가 소꿉친구 우영이 만조의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받으며 시작된다. 산에 묻히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우영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던 정해는 우영의 자취를 쫓아 사이비 종교 영산교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썰물에 갯벌이 드러나듯, 만조의 검은 바다가 감추고 있던 영산교와 우영의 진짜 비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종교적 광기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현상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도 주인공이 미신과 기도에 의지해서라도 친구가 재회하고 싶은 소망을 동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다.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박현주박현주 소설가의 연작 미스터리인 <나의 오컬트한 일상> 시리즈의 신작이다. 주인공인 ‘나’는 여전히 오컬트 칼럼을 잡지에 실으며 눈앞에 닥쳐온 초과학적인 사건들을 해결한다. 문 닫힌 코인 세탁소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여자, 미래의 남편을 보여주는 거울, 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질 무렵 나타난 전생의 연인, 영화감독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 떨리는 방망이, 복수를 위한 저주 인형 등 연달아 발생하는 불길한 사고들을 탐정처럼 해결해나간다.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는 연작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미스터리가 서로 다른 사건을 한 줄기로 연결한다. 트루먼 커포티, 찰스 부코스키 등의 소설을 비롯해 숱한 미스터리 소설의 번역가로도 유명한 작가는 고전적인 추리 소설의 구조를 지키면서도 오컬트적 요소가 가미된 한국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인학교>, 김이은다난한 삶을 뒤로하고 남몰래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서정의 삶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사기와 횡령 그리고 살인 혐의를 받게 된 것. 두려움에 휩싸인 그녀는 어릴 적 친구 이진욱의 조언대로 ‘하인학교’를 찾아간다. 고급 리조트 솔라즈를 외부와 구분 짓는 측백나무 숲 한구석, 지하에 숨겨진 하인학교는 재벌가의 저택이나 육성급 호텔처럼 화려하면서도 오래된 고시원처럼 음습한 곳이다. 하인학교 학생들의 목표는 하인으로 들어가 재벌가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행복도, 영광도, 희망도 남지 않았기에 이들은 하인학교에 당도한다. <하인학교>는 계급의 벽을 부수고, 그 안쪽으로 들어서려는 이들의 삶을 냉정하고 스릴있게 묘사하는 김이은의 스토리텔링이 빛이 나는 소설이다.
<런어웨이>, 장세아한국형 고딕 스릴러를 표방하는 <런어웨이>는 명품 브랜드 홍보 담당자로 오래 일한 장세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 출품했던 단편소설이 주목받아 교보문고 추천작으로 장편소설로 탄생했다. 어스름한 새벽 첫차 안, 무언가로부터 쫓기듯 도망치던 재영은 우연히 같은 칸에 탄 젊은 아기 엄마를 만나게 된다. 쪽지와 아기만 남겨 놓고 아기 엄마는 사라져 버리고 ‘나 대신 아기를 꼭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대신 시가를 찾아간 재영은 서양식 저택의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자기가 아기 엄마라고 거짓말을 한 재영은 자신의 처지를 잊고 부잣집 맏며느리 역할에 적응해 나가지만 번듯해 보이는 이 가족이 숨기고 있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는다.
김슬기매일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 2012년부터 문학과 출판 분야를 담당하며 책을 소개하는 서평기사를 쓰고 있다.
** 출판사, 에이전시, 에디터 회원의 경우 다음 링크에서 저작권 정보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https://klwave.or.kr/klw/rights/34/publishersVie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