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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ation
Encounter with Beings from Beyond
호러 문학은 근본적으로 경계를 들여다보는 장르이다. 빛과 그늘, 삶과 죽음, 이성과 비합리가 겹치는 자리에서 공포가 발생한다. 한낮의 태양이 물러가면, 무엇이 숨어있을지 모르는 어둠이 내려온다. 살아있는 것들의 활기가 스러지면, 납덩이처럼 무거운 죽음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운다. 우리가 일상의 모든 것이 과학적인 논리 속에서 움직인다고 여기고 방심한 틈을 타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인간이 만든 질서는 혼란에 빠진다. 여기서 생겨난 두려움을 다루기 위해, 사람들은 한밤의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20세기 TV에서 <전설의 고향>처럼 민담과 교훈이 결합한 공포 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라난 한국인들은 호러 장르를 저승이라는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손님의 이야기로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의 한국 소설가들은 이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평범한 생활 속에 숨은 악의가 초자연적인 공포까지 번져가는 호러에 집중한다. 과학이 지배하고 밤에도 잠들지 않는 21세기의 삶에서는 미지의 먼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 익숙하고 가까운 것들의 위협이 더 생생한 공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호러 문학은 또한 약자를 위한 소설이다. 현실에서도 두려움의 어둠 속에서 살아왔던 소수자들, 이민자들, 장애인들, 그리고 여성들이 호러의 세계에서는 이성적 논리를 넘어 반격할 힘을 얻는다. 전통 괴담에서 억울하게 살해당한 여성들이 처녀 귀신이 되어 나타났듯이, 지금 공포 서사의 창작자들은 현실을 지옥으로 만드는 억압자들을 그려내는 동시에, 이들에게 대적하는 용기 있는 약자들을 보여준다. 귀신이 끔찍한가?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한 인간이 있다. 세계의 전복은 두렵지만, 차라리 뒤집힌 세계에서 더 평화로운 영혼들도 있을 것이다.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김이삭 저, 래빗홀, 2024)
제목부터 여성주의적 도발을 담은 이 작품집에는 전통 민담이나 도시 괴담적 성격이 있는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겼다. 첫 번째 작품인 <성주단지>에서는 전남친의 스토킹에 시달리던 여자가 그를 피해 찾아간 지방 소도시의 고택에서 불가사의한 인물과 만난다. 현실의 위험과 초자연적인 공포 사이에서, 그녀에게 안정을 준 건 오히려 귀신 쪽이다. 한국의 민속 신앙 속에서도 신은 가부장제를 수호하는 방식으로 기능했지만, 작가는 이 작품집 속에서 그런 전통적 신령을 거부하고 박해받는 여성, 어린이, 약자의 편에 선 초자연적 수호령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다.
대리운전 (이나래 저, 안전가옥, 2023)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도윤은 비장애인이지만 친구의 부탁으로 청각장애인인 척 가장하고 대리운전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가 운전대를 잡은 차의 트렁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도윤은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불법으로 대리운전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고, 차 안의 긴장은 점점 높아진다. 시나리오를 썼던 이력이 있는 작가답게, <대리운전>은 스릴러 영화 같은 속도감과 같이 택시에 앉아 있는 듯한 현장감이 두드러진다. 초자연적인 요소 하나 없이 순수한 악의 묘사만으로 극한의 공포를 자아낸다.
어두운 물 (전건우 저, &(앤드), 2024)
한국의 지역 전설 괴담은 본질적으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원혼이 얽혀 있기 때문에 추리소설적 성격을 띤다. <어두운 물>에서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인 방송 작가와 젊은 무속인이 물귀신을 다룬 괴기 방송을 촬영하러 어떤 시골 마을에 갔다가 살인 사건과 맞닥뜨린다. 초능력 판타지와 같은 설정 속에서 한국의 전통 괴담과 폐쇄적 공동체에서 일어난 살인 미스터리를 잘 섞었다. 어두운 물속에 숨어 있는 건 무엇일까? 먹잇감을 기다리는 악령, 혹은 집단 이기주의에 희생된 원혼? 무엇이든 끌려들어 가지 않도록 경계하라.
한밤의 시간표 (정보라 저, 갈매나무, 2023)
<저주 토끼>의 정보라는 호러와 판타지의 장르 규칙을 능숙하게 사용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또한 그 상상력은 늘 현실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한밤의 시간표>는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될 물건들을 보관하는 연구소를 배경으로 하는 연작단편집으로, 호러 장르의 서브 카테고리인 매뉴얼 괴담의 특성이 있다. 지하 주차장 앞에서 평범하지만 이상한 야간 경비원을 만나면 반응하면 안 된다. 이상한 손수건이 있는 502호 앞을 지나칠 때는 돌아보지 말라, 등등. 여러 암묵적 규칙이 존재하는 연구소는 저 세계에 있어야 할 동물들과 물건들이 사는 회색 공간이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한 연민이 느껴진다.
적산가옥의 유령 (조예은 저, 현대문학, 2024)
외증조모에게서 적산가옥을 물려받은 여자는 1945년으로 돌아가 증조모가 된 꿈을 꾼다. 꿈속에서 피 흘리는 소년은 파괴적 미래, 혹은 이미 이루어진 역사를 보여준다. 적이 남기고 간 집이라는 의미의 적산가옥은 한국식 고딕 호러에는 가장 적격인 공간이다. 모든 고딕 호러는 폐소공포증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고택을 배경으로 하는데, 일제강점기로 일시적 단절을 겪은 한국 역사에서 서양식 고택은 적산가옥일 수밖에 없다. 조예은 작가는 침략과 수탈의 식민지 역사를 불길한 꿈으로 바꾸어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고딕 호러적 전통을 충실히 되살린다. 고전적인 향취가 있으면서도 동시대적인 문제의식도 아우르는 소설이다.
박현주 집필
소설가, 에세이스트, 비평가, 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나의 오컬트한 일상 1,2>,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서칭 포 허니맨 (Romancing on Jeju)>와 같은 소설과 <로맨스 약국>,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와 같은 에세이를 썼다. 레이먼드 챈들러, 트루먼 커포티, 찰스 부코스키와 같은 작가의 작품을 포함하여 다양한 소설을 번역했고, 여러 매체에 소설과 비평문을 기고한다. 현재 한겨레 신문에서 “박현주의 장르 소설 읽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문화방송의 TV 비평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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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The Tale of Choe Cheok
본 콘텐츠의 원작 『최척전』은 한국의 고전소설로 한문으로 된 전기소설(傳奇小說)로 분류된다. 16세기 후반~17세기 초반에 걸친 동아시아의 전란을 구체적인 배경으로 삼아 가족의 이산과 재회를 다루었으며, 조선, 일본, 중국,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여 최척과 옥영이 전란을 극복하고 재회한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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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d that moves minds of readers around the world: Korean literature bestsellers for the second quarter of 2024
Party Wave
Party Wave is a global Korean literature review team active on KLWAVE providing a space for readers around the world to review and communicate about Korean literature together.
Party Wave는 한국문학 해외진출 활성화 플랫폼 KLWAVE 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한국문학 서평단으로, 전 세계 독자들이 함께 한국문학에 대해 리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합니다.
Surfers
Surfers are general user of KLWAVE and provide diverse reviews.
서퍼는 KLWAVE의 일반이용자이며 다양한 리뷰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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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wo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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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za Ratnas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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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dovsky, Mag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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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le T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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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zanna Gajownicz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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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Ma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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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ne Bouhn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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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 Mandi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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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ar Candra A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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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na Rae Bucu
Mission
The second review writing mission has begun!
2차 리뷰 작성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Surfers, please submit your reviews for the first book by November 3rd.
Sharks, please submit your reviews for the first book by November 10th.
Surfers는 11월 3일까지 두번째 책에 대한 리뷰를 전달해주세요.
Sharks는 11월 10일까지 두번째 책에 대한 리뷰를 전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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